말레이시아 카페 창업, 한국 손님만 보고 장사하면 안 되는 이유

처음에는 한국인 손님들이 꽤 올 줄 알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Willow Coffee를 준비할 때, 저는 한국 손님도 어느 정도는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코타키나발루는 한국 관광객에게도 익숙한 여행지이고, 현지에는 교민도 있고 주재원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손님의 20~30% 정도는 한국 손님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매장을 운영해 보니 그건 제 착각에 가까웠습니다.

Willow Coffee에서 한국 손님 비중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손님을 늘려보려고 여행 커뮤니티 제휴 광고도 해봤습니다.

한국 관광객들이 볼 만한 곳에 매장을 알리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한국 손님 비중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한국식 카페 분위기와 간단한 한식 메뉴가 있으면 한국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관광객과 교민은 제가 생각한 동선에 없었습니다.

한국 관광객이 적었던 이유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Willow Coffee가 있는 Riverson은 시내와 아주 멀지는 않지만,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올 만큼 대표적인 관광지는 아니었습니다.

관광객들은 보통 호텔 근처, 가야스트리트, 워터프론트, 수리아사바와 이마고 쇼핑몰, 섬 투어 동선 주변인 제셀톤포인트 인근으로 움직입니다.

물론 코타키나발루 최대 쇼핑몰인 이마고몰에서 가까운 건 맞습니다. 

하지만 카페 하나를 가기 위해 동선에서 살짝 벗어난 곳까지 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교민 손님도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코타키나발루에 사는 한국 사람들도 종종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교민들은 시내 카페보다 본인들이 사는 주거지 근처 로컬 상가를 더 편하게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굳이 차를 타고 나와서 우리 매장까지 올 이유가 크지 않았던 겁니다.

또한 Riverson 상가 주차료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주재원 손님들은 그래도 종종 방문했습니다.

아무래도 위치가 수트라하버 리조트에 방문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동선에는 맞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매출의 중심이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제가 생각했던 한국 손님 비중은, 실제 상권과 손님 동선을 제대로 보지 못한 예상에 가까웠습니다.

 

실제 손님은 RIVERSON 안팎에서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매장을 움직이는 손님은 제가 처음 예상했던 한국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평일에는 Riverson 안에 있는 오피스 직원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CIMB은행과 많은 오피스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점심 시간에는 오피스 직원들 위주로 방문했습니다. 

글렌이글스 병원과 연결되어 있어 병원관계자들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정확히 어디서 알고 오는지 모르는 외부 손님들도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분위기가 또 달라졌습니다.

가족 단위 손님이 늘었고, Riverson에서 플리마켓이나 이벤트가 열리는 날에는 매장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흐름도 달라졌습니다.

주말에 방문하는 가족 단위 손님들은 처음에는 낯선 한식을 경계하는듯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번 시도하면서 한식에 익숙해져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번 방문해서 음식을 맛 본 손님들은 여러번 자주 방문해 주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국 손님만 보고 메뉴를 만들었다면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처음에 제가 한국 손님 비중을 높게 예상했던 만큼, 메뉴를 만들 때도 어느 정도 한국 손님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식 카페 분위기와 간단한 한식 메뉴가 있으면 한국 손님들이 편하게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손님층을 보고 나니 메뉴를 한국 손님 기준으로만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만약 한국 손님만 보고 메뉴를 구성했다면 돼지고기 메뉴를 훨씬 많이 넣었을 겁니다.

제육볶음, 돈가츠, 돼지고기 김치찌개 같은 메뉴는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설명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Willow Coffee를 실제로 찾는 손님은 한국 손님보다 로컬 손님이 훨씬 많았습니다.

무슬림 손님도 있었고, 화교 손님도 있었고, 평일 점심시간에 오는 오피스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도 많았습니다.

이런 손님층을 보면 메뉴는 제가 익숙한 음식이 아니라, 실제로 들어오는 손님들이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어야 했습니다.

한식도 너무 한국 사람만 아는 메뉴보다는 로컬 손님들이 사진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메뉴를 중심으로 고민하게 됐습니다.



카페라고 해서 음료만 주문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카페라고 하면 보통 음료가 중심이고, 음식은 부가 메뉴에 가깝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Willow Coffee를 운영해 보니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카페를 그렇게만 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음료보다 음식을 먼저 봤습니다.

음료 없이 음식 하나만 주문하는 손님도 있었고, 여러 명이 와서 음식 하나만 주문하고 앉아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인원수보다 훨씬 많이 한 번에 여러 개를 주문하는 손님들도 있었습니다.

손님 유형마다 주문 방식도 달랐습니다.

화교 손님들은 비교적 합리적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 명이 오면 음료 두 잔이나 세 잔 정도를 주문하는 식이었습니다.

말레이계 손님들은 조금 더 극과 극이었습니다.

세 명이 와서 한 잔만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음료와 음식, 디저트까지 여러 개를 한꺼번에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국 손님들도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많이 주문하는 손님도 있었지만, 여러 명이 와서 음식 하나만 주문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주문 패턴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서는 카페를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점심을 해결하는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잠깐 쉬는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이벤트를 보고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한식과 음료를 함께 먹고 마시는 문화가 없습니다.

식사는 식사고 커피는 커피라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인 손님들은 음료만 주문하거나 음식만 주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말레이시아 로컬 손님들은 음료와 음식을 함께 주문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다음에 다시 한다면 처음부터 로컬 위주로 할 것 같습니다.

한국식 카페라는 색깔은 분명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손님만 보고 매장을 만들면 너무 좁아집니다.

Willow Coffee를 운영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매장은 사장이 기대한 손님이 아니라 실제로 들어오는 손님을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식 카페라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을 가져와도 현지에서는 그게 잘 안될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행했고 현재도 많이 마시는 음료인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를 넣는 '아샷추' 라는 음료가 있습니다.

우리 카페의 손님들은 다들 낯설어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아서 2개월만에 메뉴에서 제외시키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코타키나발루에서 카페를 만든다면, 저는 처음부터 한국 손님을 중심에 두지 않을 겁니다.

한국적인 분위기는 남기되, 메뉴와 가격, 동선과 운영 방식은 로컬 손님을 기준으로 먼저 생각할것 같습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카페를 하면서 느낀점은 해외에 한국인이 아무리 많아도 현지인 숫자에 비할바가 아니므로, 한국 스타일로 카페를 만들어도 어떻게든 현지인들에게 팔릴만 한 메뉴선정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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