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열기 전에는 이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카페를 오픈하기전 인터넷이나 카페 사장들에게 동남아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잘 안마신다고 들었습니다.
달달한 음료를 좋아하고, 커피도 아라비카 원두보다는 로부스타 원두를 더 선호한다고 알고있었습니다.
지역의 특성상 아무래도 로부스타가 접근성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는 Teh Tarik 이라는 국민음료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연유를 넣고, 한쪽 팔을 높게 들어 여러번 반복해서 따르며 거품을 내는 달달한 밀크티입니다.
식당에도 판매하고, 로컬카페에도 있고, 푸드코트에서 쉽게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식사와 함께 Teh Tarik을 함께 마시기도 하고, Teh Tarik 한잔만 주문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아주 쉽게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풍경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메리카노를 계속 마시는것과 비슷하다고 보입니다.
처음에 카페를 오픈할때 저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맛보다 손님이 많이 찾는 맛을 따라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현지사람들은 달달한 음료와 로부스타 원두만 좋아한다고 단정하는 것 또한 위험한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아메리카노가 많이 팔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어느 한국인 카페 사장님이 해준 이야기로는 본인 매장은 아메리카노 비중이 전체 음료의 10퍼센트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메뉴를 확정하기 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카페를 운영해 보니 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라비카 원두를 쓰고 싶었습니다.
처음 오픈할때 고민은 많이 했지만, 저는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익숙한 커피는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 커피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사를 하면서 사장이 좋아하는것만 고집할 수는 없지만 저는 단지 향이 좋고 부드러운 커피를 판매하고 싶었습니다.
Willow Coffee는 에티오피아와 콜롬비아 원두를 블렌딩하여 사용합니다.
많은 커피 원두 공급자들을 만나서 조율을 했고 현재 사용하는 원두가 가장 가격이 비쌌으나 향이 좋았습니다.
비싼 원두를 사용하면서 든 걱정은 오픈전에 많이 들었던 말처럼 현지 손님들이 우리 커피를 낯설어 하면 어떡하나 하는 싶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는 Tenom처럼 유명한 커피 생산지도 있고, 현지에서 익숙하게 마시는 본인들만의 커피문화 또한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매장을 오픈해 보니 예상과 다른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아라비카 원두에 대해 알고있는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손님들은 원두 원산지가 어디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어떤 손님들은 산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손님들이 아라비카 원두에 대해 잘 모를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저는 놀라기도 했고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우리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카페라떼입니다.
그리고 2등은 거의 비슷하게 아메리카노 입니다.
Willow Coffee만의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아라비카 원두로 내린 커피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것은 기존에 들었던 동남아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안마신다는 말이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 매장의 3등은 말차종류 입니다.
이 부분 또한 의외입니다.
1,2,3위 모두 달달한 음료와는 거리가 먼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음료입니다.
처음 창업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믿고 메뉴 구성을 했다면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답은 매장 안에서 나왔습니다.
카페를 준비할 때 들었던 조언들이 모두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달달한 음료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히 맞습니다.
Teh Tarik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로컬 커피 문화도 있고, 로부스타 원두만의 진하고 강한 맛을 좋아하는 손님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모든 손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말레이시아라도 지역마다 다르고, 같은 코타키나발루라도 매장의 위치와 분위기, 가격대, 고객층에 따라 주문하는 메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Willow Coffee에서 카페라떼와 아메리카노가 많이 팔리는 이유를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쇼핑몰 이라는 매장 위치 때문일 수도 있고, 한국식 카페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취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창업 전에 들었던 말만 믿고 아메리카노의 비중을 줄이거나, 아라비카 원두를 포기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처음에는 현지화라는 말을 너무 크게 생각했습니다.
현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맛에 어느정도는 맞춰주는 것이 현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운영해 보니 현지화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 매장에 오는 손님들이 어떤 음료를 주문하는지, 어떤 메뉴를 다시 찾는지, 어떤 음료가 조용히 계속 팔리는지를 보는 일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여기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를 잘 안 마셔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달달한 음료가 무조건 잘 팔려요”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말들은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입견을 가지고 그대로 믿고 메뉴를 정하면 위험합니다.
결국 가장 정확한 답은 매장 안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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