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자연스러웠던 돼지고기 메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Willow Coffee 카페 메뉴를 만들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 중 하나는 돼지고기였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카페를 운영하려면 당연한듯이 식사 메뉴가 있는곳이 대부분이라, 저 역시도 카페를 오픈하면서 식사 메뉴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메뉴를 구성할때 저는 셰프가 아니었고, 음식점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아는 맛으로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연히 한식과 그래도 많이 접해본 일식으로 간단한 식사 메뉴를 결정했습니다.
한국에서 한식 메뉴를 생각하면 돼지고기는 너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제육볶음, 돈가츠, 돼지고기 김치찌개, 돼지불고기 같은 메뉴는 한국에서는 익숙하고, 만들기도 쉽고, 손님들도 잘 아는 메뉴입니다.
하지만 코타키나발루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는 같은 방식으로 메뉴를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는 무슬림 손님이 많고,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와 술에 민감하기 때문에 무슬림 손님들을 포기하거나 돼지고기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거창하게 할랄 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Served No pork 라는 방식으로라도 무슬림 손님들을 받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돼지고기 사용은 매장 전체 이미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한식은 생각보다 돼지고기 비중이 높았습니다.
막상 돼지고기를 빼고 한식 메뉴를 고민해 보니 생각보다 선택지가 줄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쓰던 재료였기 때문입니다.
제육볶음도 어렵고, 돈가츠도 어렵고,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어렵습니다.
한국식 카페나 분식 느낌을 내고 싶어도 돼지고기를 빼면 메뉴 구성이 달라집니다.
그나마 일식은 규동, 오야코동, 오코노미야키등 원래 돼지고기가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일식 메뉴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닭고기, 소고기 위주로 메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소불고기덮밥, 닭갈비덮밥, 잡채, 비빔밥, 김밥, 떡볶이등 아무래도 메뉴가 한정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비빔밥을 예를들면 소고기와 닭고기를 손님이 선택할 수 있도록 메뉴를 다양화하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웨스턴 음식으로 메뉴를 구성할까도 고민 했으나, 요리사 경험이 없던 저에게 파스타, 라자냐같은 음식은 단시간에 메뉴를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될 수준까지 해 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메뉴 구성은 한식, 일식, 토스트류, 사이드메뉴 정도로 타협을 보고 완성했습니다.
저희 상권에서는 무슬림 손님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말레이시아에도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카페나 식당은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국인거주자가 많은 지역이거나, 화교 손님 비중이 높은 상권이라면 돼지고기 메뉴를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매장이 있는 상권에서는 그렇게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Willow Coffee 손님 중에는 무슬림 손님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손님 비중을 알 수 없었지만, 운영을 해오다 보니 우리 매장은 무슬림 손님들 비중이 높았습니다.
직원들도 말레이시아 사람들이다 보니, 재료를 사용할 때 성분표를 유심히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갔는지, 술 성분이 들어갔는지, 조미료나 소스에 문제가 되는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세심하고 까다롭게 성분표를 확인합니다.
한국에서는 재료를 고를 때 맛과 가격을 먼저 봤다면, 말레이시아에서는 그 재료를 누가 먹을 수 있는지도 함께 봐야 했습니다.
심지어 만드는 사람까지도 신경써야 했습니다.
돼지고기나 술을 사용하는 것은 직원을 구하는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매장이라면 무슬림 직원 입장에서는 근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손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직원 채용에서도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가볍게 볼 수 없었습니다.
저희 매장이 정식 할랄 인증을 받은 매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더 많은 손님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라마단 기간이 되면 이 점은 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쓸 생각이지만, 라마단 기간에는 우리 매장의 매출이 급격하게 낮아집니다.
그 시기에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우리 매장에서 무슬림 손님 비중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돼지고기를 포기하는 것은 단순히 메뉴 하나를 빼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상권과 고객층만을 보고 결정한게 아니라 그에 더해 직원 채용까지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처음 메뉴를 만들때 어쩔수 없이 돼지고기를 사용할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많은 손님과 직원채용을 할 수 있게 해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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