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카페는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닙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카페를 이야기할 때, 아마 한국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스타벅스나 예쁜 브런치 카페 혹은 동남아의 쨍한 햇빛과 식물들이 어울어진 야외 테이블을 가진 카페일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Willow Coffee를 준비하면서 저는 한국식 카페 분위기와 커피 메뉴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카페를 운영해 보니, 이곳의 카페 문화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는 코피티암과 마막이라는 오래된 생활형 음식 문화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만은 아닙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코피티암은 말레이시아식 동네 커피숍에 가까웠습니다.
코피티암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커피숍 문화입니다.
커피나 차만 마시는 곳이라기보다, 토스트, 계란, 누들, 밥 메뉴 같은 간단한 식사와 음료가 함께 있는 생활 공간에 가깝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아침 식사 문화에는 나시 르막, 로티 차나이, 테 타릭 같은 음식과 음료가 포함되고, UNESCO도 말레이시아의 다민족 아침 식사 문화를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카야토스트 역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코피티암 메뉴중 하나입니다.
한국식으로 억지로 비유하면, 코피티암은 카페와 분식집과 동네 식당이 조금씩 섞인 공간처럼 보였습니다.
마막은 더 열려 있는 생활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말레이사아의 카페는 크게 두종류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에어컨이 있고, 인테리어도 깔끔한 한국식 카페와 비슷한 공간이며, 로부스타 원두를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곳도 꽤 늘고 있습니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가 주메뉴인 곳도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에어컨 없이 사방이 뚫려 있고,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는 공간을 가진 카페입니다.
마막은 보통 인도계 무슬림 음식 문화와 연결되어 있고, 로티 차나이와 테 타릭 같은 메뉴가 대표적으로 떠오릅니다.
처음 마막 느낌의 매장들을 봤을 때는 뭔가 동남아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여유로워 보였고, 한국식 속도에 익숙한 제 눈에는 조금 낯설기도 했습니다.
늦은밤까지 많은 사람들이 야외 테이블에서 음료 한잔을 두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카페에서는 음식 메뉴가 중요했습니다.
Willow Coffee도 한국식 카페 분위기로 시작했지만, 손님들이 보는 것은 커피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손님들의 절반이상이 음식 메뉴를 꽤 집중해서 보는 느낌입니다.
한국에서는 카페에서 음식은 부가 메뉴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카페에서 식사 메뉴를 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커피 메뉴만 중심에 두면, 실제 손님들이 원하는 것과 어긋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카페는 커피에 먼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이런 문화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커피나 음료에만 집중하다보면 분명 매출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생각합니다.
한국이었으면 크게 고민하지 않았을 음식메뉴를 코타키나발루에서는 계속 고민해야 했습니다.
Willow Coffee는 코피티암도 마막도 아닙니다.
Willow Coffee는 마막이나 코피티암처럼 오래 앉아 있는 공간은 아닙니다.
저희 매장이 있는 Riverson 쇼핑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차비 부담이 있어서, 음료 한 잔을 주문하고 몇 시간씩 앉아 있는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말레이시아 카페 문화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그 문화 안에서 우리 매장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했습니다.
코피티암과 마막 문화에 익숙한 현지인 손님들에게 한국식을 강요할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현지음식에 대해 잘 아는것도 아니었고, 흉내만 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카야토스트 정도는 메뉴에 만들수 있었지만, 카야토스트를 넣는 대신 한국식 허니브레드처럼 비슷한 토스트종류이지만 차별화 할수 있는 메뉴들을 고민했었습니다.
가격 차이도 크게 느꼈습니다.
코피티암이나 마막에서 마시는 음료와 식사는 가격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반면 에어컨이 있고 인테리어가 갖춰진 현대식 카페는 가격대가 달라집니다.
Willow Coffee도 후자에 가까운 매장이었기 때문에, 손님들이 가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계속 신경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피티암에서 마시는 테 타릭 한 잔의 가격은 보통 5링깃 이하입니다.
하지만 테 타릭과 비슷하게 밀크티 계열로 볼 수 있는 Willow Coffee의 잉글리시 밀크티는 15링깃입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세 배 가까운 가격 차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우리는 좋은 재료를 쓰니까 이 가격이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그 가격을 낼 만한 공간인지, 메뉴인지, 경험인지 계속 생각해야 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카페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커피를 잘 만드는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코피티암과 마막이 익숙한 말레이시아 카페 문화 안에서 한국식 카페로 살아남으려면, 그 문화를 무시할 수도 없고 그대로 따라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Willow Coffee를 운영하는 저에게 이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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