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말차의 유행

우리 카페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카페 라떼입니다.

그다음이 아메리카노고요.

그런데 3등이 말차 관련 음료입니다.

우리 카페에서 말차가 매출 3위까지 올라올 거라고 처음부터 예상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주문이 꾸준히 늘더니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메뉴가 됐습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예전보다 말차 메뉴를 강조하는 카페가 많아졌고, 아예 말차를 전문으로 하는 매장도 계속 눈에 들어옵니다. 인테리어부터 메뉴, 디저트까지 말차를 중심으로 구성한 곳들도 있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에서만 벌어지는 일인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말차는 세계적으로 꽤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말차가 정말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을까

숫자로 확인하자면 정말 그렇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5년 일본 녹차 수출액은 721억 엔으로 전년보다 98.2% 증가했습니다. 거의 두 배입니다. 일본 정부도 이런 증가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말차를 포함한 분말차 수요 확대를 꼽고 있습니다.

JETRO 자료를 보면 더 정확합니다.

2025년 말차를 포함한 분말차 수출액은 603억 엔으로 일본 녹차 전체 수출액의 84%를 차지했습니다.

2024년 271억 엔에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JETRO는 ASEAN 시장 역시 말차 붐을 지나 본격적인 보급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미국 뉴욕과 LA에서도 말차 음료는 크게 인기몰이 중이라는 기사도 있습니다.

뉴욕에서는 말차 한 잔을 마시려고 줄을 서고, LA에서는 말차 전문 카페가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멀리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코타키나발루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미 2025년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카페를 찾아다니며 여러 종류의 말차를 마시는 이른바 ‘matcha hopping’ 현상을 소개했습니다. 직접 말차를 구입해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말차가 단순히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음료 정도로 끝나는 분위기는 아닌 셈입니다.

말차 가루와 차선

그런데 말차는 녹차와 뭐가 다를까

사실 말차도 녹차입니다.

전혀 다른 식물에서 나오는 차가 아닙니다.

차이는 재배하고 가공하는 과정, 그리고 마시는 방법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녹차는 찻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낸 뒤 잎은 남깁니다. 반면 말차는 찻잎 자체를 아주 곱게 갈아서 물이나 우유에 섞어 그대로 마십니다.

그러나 일반 녹차 잎을 그냥 갈아놓는다고 모두 말차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일본 교토부 차업회의 설명에 따르면 말차의 원료는 텐차(碾茶)입니다.

말차용 찻잎은 수확 전에 약 2~3주 동안 차광해 키우고, 수확한 뒤 증기로 찐 다음 일반 녹차처럼 찻잎을 비비지 않고 건조합니다. 이렇게 만든 텐차를 아주 곱게 분쇄한 것이 말차입니다.

그래서 녹차가루와 말차를 완전히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말차는 왜 그렇게 초록색일까

말차를 처음 접하면 아무래도 색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잘 만든 말차는 상당히 선명한 녹색을 띱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차광 재배입니다.

수확 전 햇빛을 제한하면 찻잎의 엽록소와 아미노산 성분에 변화가 생기고, 말차 특유의 진한 녹색과 감칠맛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줍니다.

그렇다고 색이 진하면 무조건 비싸고 좋은 말차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품종도 다르고, 수확 시기도 다르고, 차광 방법이나 가공 방식도 다릅니다. 보관 상태에 따라서도 색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차 사진만 보고 품질을 판단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정확하지 않습니다.


말차 하면 왜 우지가 먼저 나올까

말차를 조금이라도 찾아본 사람이라면 우지(Uji)라는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일본 교토의 우지는 오랫동안 차를 생산해온 지역이고, 말차와 교쿠로 같은 고급 일본차로 특히 유명합니다. 현재도 일본 말차를 대표하는 산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도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우지 말차라고 해서 반드시 우지에서 자란 찻잎만 사용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교토부 차업회의가 정한 우지차의 정의에는 교토뿐 아니라 인접한 나라, 시가, 미에 지역에서 생산된 찻잎도 조건에 따라 포함될 수 있습니다. 대신 교토부 내 업체가 교토에서 최종 가공하는 등의 기준이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우지 말차라고 하면 그냥 교토 우지에서 재배한 말차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교토 우지의 차광 재배 현장

우리는 제주 말차를 사용합니다

우리 카페는 말차 전문점은 아닙니다.

하지만 카페를 오픈하기 전 어떤 말차 가루를 사용할지 고민하고 시음을 하고 결정한 제품은 제주 말차입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한국 스타벅스에서도 사용하는 제주 말차는 제가 시음했을 때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습니다.

500g에 10만 원이 넘는 제품이라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재료치고 가성비에 맞는 저렴한 가격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비싸니까 좋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맛과 색, 우유와 섞었을 때의 밸런스와 단지 말차티로만 마셨을 때가 중요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실제로 말차가 많이 생산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이 아니더라도 오설록이 현재 판매하는 프리미엄 말차는 원재료를 제주산 유기농 녹차 100%로 표시하고 있고, 차광 재배한 제주 말차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차라고 해서 반드시 일본산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말차와 우지 말차,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이건 단순하게 결론 내리기 어렵습니다.

우지는 말차 생산의 역사와 전통, 기술 축적 면에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지역입니다.

제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차 생산지이고 제주에서 생산되는 말차 제품도 이미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렇지만 산지만 가지고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같은 우지 말차라도 생산자와 품종, 수확 시기, 차광 방식, 가공 방법에 따라 맛과 색이 다릅니다.

제주 말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색은 더 조심해서 비교해야 합니다.

‘우지 말차는 더 진한 초록이고 제주 말차는 연하다’거나 반대로 ‘제주 말차가 더 선명하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제품 두 개를 같은 조건에서 놓고 비교하면 색 차이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우지 전체와 제주 전체의 차이라고 확대해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지냐 제주냐보다 결국 어떤 찻잎을 어떻게 재배하고 가공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타키나발루에도 말차 전문점이 늘고 있습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도 말차의 유행은 꽤 가까이에서 느껴집니다.

대표적으로 Sutera Avenue의 Matcha Studio는 말차를 중심으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전문점입니다.

2026년 현재 Sutera Avenue뿐 아니라 Gaya Street, Foh Sang, Suria Sabah 등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는 일본에서 말차 파우더를 직접 공급받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카페 메뉴 한쪽에 말차라떼 하나 정도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말차 자체를 콘셉트로 잡은 공간이 생기고 있습니다.

매장 분위기나 패키지, 디저트까지 전부 녹색으로 통일한 곳도 있고요.

말차가 하나의 음료를 넘어 카페 콘셉트가 된 겁니다.

케이크이나 모찌, 빙수 등에도 말차 가루는 점점 더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 카페에도 말차 빙수가 메뉴로 있는데, 예상보다 많이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말차의 유행이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시 우리 업장 이야기로 돌아오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매출입니다.

우리 카페는 말차 전문점이 아니고 커피가 중심이며 카페 라떼와 아메리카노가 가장 많이 팔립니다.

그다음이 말차 음료입니다.

말차가 유행한다는 기사나 일본의 수출 통계를 몰랐을 때도 주문은 이미 늘고 있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말차를 주문하는 말레이시안들을 보면, 화교 무슬림 인도인 등 모든 인구에 걸쳐서 판매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화교 손님들 중심으로 소비를 할 것 같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찰을 해보니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였습니다.

음료로 만들어 놓으면 색감도 예쁘고, 특유의 감칠맛으로 인해 제 생각에는 말차는 꽤 오랫동안 유행을 할 것 같습니다.

이미 자료로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처럼요.

Willow coffee 의 말차 메뉴



사진 출처

외부 사진은 블로그 표시 크기만 조정했으며 내용 편집은 하지 않았습니다. Willow Coffee 메뉴 사진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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