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는 회사부터 만들어야 했습니다.

 

한국과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한국에서는 개인사업자로도 비교적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법인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처음부터 반드시 법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는 사업을 하면서 법인보다는  '어떤 가게를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순서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알아봐야 했던 것은 가게가 아니라 회사였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게를 운영하려면 우선 회사를 설립해 SSM(Companies Commission of Malaysia) 등록을 마쳐야 하고, 이후 업종에 맞는 각종 허가와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거주비자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회사 설립이 사실상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업자등록 과정이 익숙하고 쉬웠지만, 말레이시아는 언어부터 다릅니다.

잘 통하지 않는 언어를 통해 법인을 설립한다는건 한국에서만 거주해온 저에게는 큰 난관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회사를 설립할 때 회사 비서(Company Secretary, 흔히 '세크리터리')를 통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회사 설립부터 각종 서류, 정부기관 신고까지 혼자 해결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회계사와 세크리터리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들었지만, 솔직히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코타키나발루의 아쉬운점이 한가지 있다면,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세크리터리 회사가 꽤 있어서 한국말로 모든 절차를 설명 받고 일을 진행할 수 있지만 코타키나발루가 위치한 SABAH주에는 제가 알기로는 한국인 세크리터리 회사가 없어서 당연히 한국말을 할 수없는 현지인 회사하고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점입니다. 

거기에 외국인이 사업을 하려면 회사 설립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워크퍼밋과 관련된 조건까지 함께 검토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법인 설립 절차가 복잡했던 것도 문제였지만, 저에게는 그보다 더 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저는 가능한 한 빨리 사업을 시작해 워크퍼밋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아이의 대학 입시 3년 특례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알아본 기준으로는 부모 중 한 명이 해외에서 일정 기간 이상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사업이나 근무를 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었겠지만, 저는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이상 이 조건을 반드시 충족하고 싶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했습니다.

법인을 처음부터 설립해서 모든 절차를 기다리기에는 저에게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처음 계획과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새 법인을 만들면 도저히 첫째 아이의 3년특례 기준을 못 맞출 것 같았습니다.

또한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막막함을 넘어 좌절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그렇게 소득없이 미궁속으로만 빠져드는 세크리터리와 미팅에 미팅이 이어 지던 어느날, 교민 단체 카톡방에서 회사를 정리하고 싶어하던 어느분의 글을 보게 됩니다.

"가게 정리 합니다. 법인도 함께 넘깁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이 지나치려고 했습니다.

저와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라고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그 짧은 글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문득 회사를 힘들게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이런 생각이 드니까 진지하게 회사 인수에 대한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연한 카카오톡 글 한줄이 제 사업의 방향을 다시 바꿔 놓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회사를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회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인수하게 될 곳은 카페가 아닌 다른 업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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