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하려고 한식당을 인수했습니다.

 

카페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한식당 법인을 인수했습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저에게는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직접 법인을 설립하면 시간이 너무 걸렸습니다. 첫째 아이의 대학 입시 국제학교 3년 특례 조건을 맞추려면 하루라도 빨리 말레이시아 취업비자를 받아야 했고, 그러려면 법인이 먼저 있어야 했습니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비쌌지만, 저는 돈으로 시간을 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교민 카카오톡 방에서 본 글 한 줄이 저를 어느 한식당 앞으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어수선하고 정돈이 안 된 느낌이었습니다. 인테리어는 모던한 스타일이었지만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고, 한켠에는 스시집을 하던 흔적으로 바테이블이 남아 있었습니다. 

모두 제가 하려는 카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방을 봤을 때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세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카페 경험이 전혀 없던 저에게 주방이 갖춰져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안도감이었습니다. 

어수선한 홀은 손볼 수 있지만, 주방을 처음부터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주방을 본 후 인수하는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게 되었습니다.

조금 이상한 상황이지만 그렇게 저는 한식집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카페를 열기 위해서 였습니다.

계약은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서로 원하는 금액에서 조금씩 양보했고, 저는 한 가지 조건을 제안했습니다. 

취업비자 신청만 들어가면 바로 잔금을 전부 드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워크퍼밋 절차를 시작해야 했던 저로서는 그게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다행히 상대방도 빠르게 마무리하고 싶으셨는지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친절한 분이었고, 덕분에 트러블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카페 경험도, 카페 공간도 없는 상태에서 한식집 법인의 새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이 공간을 카페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진짜 카페를 만들 차례였습니다.

한식당 법인을 인수하면서 가장 큰 숙제 하나가 남았습니다.

바로 인테리어였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스파를 운영하면서 인테리어 공사를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첫 단계부터 한국과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인테리어 업체 한 곳과 계약하면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한 번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제가 경험한 코타키나발루는 조금 달랐습니다.

먼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 의뢰해 도면과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고, 이 비용만 RM5,000~6,000 정도였습니다. 그다음에는 그 디자인을 가지고 직접 시공업체를 알아보거나, 디자인 회사에서 연결해 주는 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습니다.

'왜 굳이 디자인과 시공을 따로 진행하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꽤 일반적인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번 스파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대략 어느 정도 기간이면 끝날지 나름대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많은 교민들의 조언과 인터넷 검색으로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코타키나발루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공사가 시작되고 며칠이 지나자 저는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인부들은 작업을 하다가 쉬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 누워서 잠도 잡니다. 

잠깐 일을 하는가 싶더니 또 쉬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화도 많이 났습니다.

'왜 이렇게 일을 안 하지?' '이렇게 하다가 도대체 언제 끝나는거지?'

한국에서 공사를 진행해 봤던 경험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유를 알게 됩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재였습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는 기다리는 것도 공사의 일부였습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원하는 자재를 바로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시트지 하나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고, 결국 대부분의 자재는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서 주문해서 해상이나 항공으로 물류를 받아야 했습니다. 바다를 경계로 반도와 섬으로 나눠져있는 말레이시아의 특성상 서울이라면 하루 이틀이면 도착할 물건들이 이곳에서는 훨씬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자재가 도착하지 않으면 공사는 자연스럽게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왜 인부들이 그렇게 여유롭게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재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기존 작업을 끝내면 일당으로 임금을 받는 인부들 입장에서는 자재가 도착할때까지 쉬어서 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일을 천천히 늦춰서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거기에 RIVERSON THE WALK 쇼핑몰 규정도 한몫했습니다. 낮에는 영업 때문에 공사를 할 수 없었고, 저녁 7시 30분 이후부터만 공사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아무래도 작업 시간이 길지 않다 보니 하루에 진행되는 양도 많지 않았습니다.

밤 12시가 되면 대부분의 인부들은 자연스럽게 철수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밤 12시부터는 주차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답변을 듣고, 저는 몇 번이나

"주차비는 제가 낼 테니 조금만 더 하고 가세요." 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습니다.

"내일 전부 다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게으른 것이 아니라 그냥 이 곳의 문화와 작업방식 이라는 것도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항상 드는 생각은 이 나라가 이상한게 아니라 한국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효율적인거라고 생각하고 괜히 화를 내기보다는 이곳의 방식에 맞춰 기다리는 법도 조금씩 배우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공사는 끝났습니다.

몇 달에 걸친 공사가 끝나고 드디어 제가 상상했던 카페의 모습이 조금씩 완성되었습니다.

처음 한식집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답답하고 이해안되는 상황들도 어느새 저에게는 당연한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기다리는 법도 배웠고, 이곳의 방식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카페를 만든 것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 사업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했던 카페는 마침내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인테리어보다 더 어려운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말입니다.

카페를 만드는 것과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스파 사업만 해본 저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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